해마다 충주호를 찾고 있지만 대물 한번 만나기가 쉽지만은 않은것 같다. 그럼에도 뭔가에 홀린 듯 무심코 찾게 되는 충주호...
이는 아마도 충주호에서 맛본 색다른 손맛과 2년전의 꿈같은 기억때문이리라...
그동안 충주호에서 낚았던 덩어리들의 힘은 소류지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고 끝까지 버텨내는 붕어들의 끈기는 낚시꾼으로서 한판 승부를 겨루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특히 2년전 목격했던 충주호 대물붕어들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도 비가 꽤나 많이 내렸던것 같다. 덕곡리에 도착하였을때에는 비가 제법 쏟아지고 있었고 빗줄기가 가늘어지기만을 기다리다 더이상 참지 못하고 남씨어르신을 설득해 섬꼴로 향했다.
파라솔텐트에 의지해 낚시를 하고 있었지만 비는 폭우로 변하고 있었고 수위는 무섭게 늘고 있었다. 한시간에 1미터씩 느는 수위에서 낚시는 거의 불가능하였고 새벽 1시까지 버티다가 모든 짐들을 꽤나 높은 위치에 옮겨놓고 텐트로 대피를 하게되었다. 새벽에 뭔가 불길한 느낌에 물가로 가보니 옮겨놓은 짐들과 장비들이 물에 막 잠기기 시작하였고 정신없이 장비와 짐들을 옮기는 동안 날이 밝아왔다. 빗줄기는 매우 가늘어져 있었고 그사이로 보이는 광경은 나의 심잠을 멎게 만들었다. 맑은 물속에 보이는 빨래판만한 고기들은 분명 붕어였으며 그많은 대물붕어들이 빠른 수위상승에 잠겨버린 풀벌레들을 먹으러 깊은 골로 모여든 것이었다. 5짜가 아닌 6짜급도 있었으니 이러한 광경을 눈으로 목격하지 않은 사람은 아마도 믿지않으리라....
더이상 물러설곳이 없어 철수를 하면서도 못내 아쉬움만 남았던 조행이었다.
그런 심장 떨리는 추억을 가슴에 안고 충주호로 떠날때면 언제나 그 대물중 한마리와의 한판 승부가 나를 기다릴것만 같아 긴장되기까지 한다.
이번 출조도 여느때와 다름없이 채비를 튼튼히하고 덩어리를 맞을 준비를 하였다. 우리가 찾은 골은 여느골과는 약간 다른 피자조각 모양의 골이었고 골 상류로부터 두개의 물골이 나누어 내려오고 있었다. 나는 건너편의 급경사지형에 자리를 하고 물골자리를 중심으로 물골에 4대 물골 턱위에 2대의 대를 포진하고 떡밥을 돌처럼 단단하게 달아 투척 후 기다리기 시작 하였다. 투척 후 1시간 40여분이 지난 새벽 1시 30분 물골 턱위에 던져놓은 수심 2미터의 찌에 예신이 감지된다.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이내 살짝 잠기던 찌는 그림같이 상승을 시작하고 3마디정도 상승중일때 강하게 챔질... 반항이 장난이 아니다. 한참의 실랑이 끝에 다가오다 차고 나가기를 4번 반복하는 동안 시간은 10여분이 지나고 더이상 한손으로 버티기가 힘겹다. 왼손의 뜰채를 잠시 내려놓고 두손으로 버티니 대적할 만하다. 공기도 좀 먹이고 이정도면 힘이 충분히 빠졌겠거니 안심하고 뜰채를 갖다대는데 순간 거의 끌려나오던 놈이 옆으로 누워 바닥을 타다닥 치며 엄청난 저항을 한다. 순간 뚝하는 소리와 함께 대가 가벼워지니 그놈은 찌를 끌고 아주 천천히 깊은 물속으로 사라지며 나를 조롱이라도 하는 것 같다. 대를 확인해 보니 2,3번 연결부위가 부러져 나갔다. 최대한 자세를 낮추어 조심조심 했건만...
그동안 챔질 초기에 대가 부러지기는 여러번이었지만 이렇게 막판에 대가 부러지기는 처음이다. 과연 충주호 붕어다운 뚝심을 보여주며 그놈은 지금 어딘가에서 나를 비웃고 있을 것이다.
기다려라. 이번엔 내가 졌지만 다시 만나 멋진 승부를 펼쳐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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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