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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래간만입니다."
고운 이를 만나서 나눈 수인사입니다. 고운 이는 제겐 형님뻘입니다.
인연이라는 것이 옷깃만 스쳐도인데, 몇 달동안 몸이 불편한데도 가난한 어르신들을 위해 점심을 챙겨드리는 자원봉사를 저희 기관에서 하시면서 인연은 시작됐습니다.
"참으로 좋은 만남이지요."
그 형님을 만나러 월차를 내고 25일 저녁 오산으로 향했습니다. 오산은 처음 가보는 곳으로, 형님을 만난다는 설레임과 낯선 곳에 대한 부담감이 교차하는 그런 느낌.
물어물어 오산에 도착했습니다. 아랫마을에는 양어장이 있고, 윗마을에는 형님과 아버님이 사시는 외딴 가옥, 이곳에 10여년 전부터 자리잡았다고 하는데 조경과 가옥을 보면서 어르신의 성격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듯했습니다.
"참으로 반듯합니다."
저녁은 형님께서 사주신 장어와 추어탕으로 맛나게 먹고, 형님댁에서 도보로 5분 가량 걸리는 아담한 소류지로 향했습니다. 소류지 수심은 2m를 넘고, 채비를 정비해서 투척해봅니다.
파란찌불이 이내 쑤우욱 올라옵니다. 힘차게 챔질, 아하 5치 붕애, 붕애들이 입질을 시원시원하게 합니다. 그놈들 성격 참으로 시원하지요. 새벽 2시까지 붕애들의 시원한 입질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아침, 7시에 일어나 부랴부랴 채비를 챙기고 평택에 있는 진위천으로 떠났습니다. 이번에는 형님은 물론 어르신께서도 동행하셨습니다.
아침은 어르신께서 사주신 오산에서 제일 맛있는 뼈다귀 해장국으로 정말 포식하고, 말로만 듣던 진위천에 당도했습니다. 아랫쪽으로는 고속철도가 진위천 하류권을 관통하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런데 바람이 너무 붑니다. 그래서 앞치기가 전혀 안됩니다. 스윙치기 실력도 모자라 잘 안되는군요.
하는 수없이 어르신들을 모시고 느티나무 있는 반대편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물흐름도 있고, 파도치듯 물결이 일고, 머리 뒤에서는 거센 바람이 불곤 합니다.
다행이 바람을 등지고 서서 앞치기는 수월합니다. 약간 곳부리처럼 나온 곳에 자리잡고 토종붕어, 떡붕어를 걸어냈습니다. 랜딩 후 저항하는 힘이 장난 아닙니다. 자연상태에서 산전수전 겪어서 그런지 정말 거칠군요.
반대편에서 낚시대를 뺏긴 조사님께서 아우성입니다. 낚시대 이쪽으로 오면 건저 달라고 말입니다. 제 옆에 있던 조사님이 잉어를 잡았습니다. 그 모습보다가 제 낚시대도 뺏길 뻔 했습니다. 총알때문에 다행이도 저는 낚시대를 잃어 버리지 않고, 아랫쪽에 있던 형님이 허겁지겁 달려왔습니다. 낚시대 뺏겼다고 릴대 가지러 오셨는데, 결국은 낚시대 잃어버렸습니다.
이처럼 여기는 한눈 조금 팔면 낚시대 잃어 버리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씨알은 보통 7치 이상, 입질도 자주 옵니다. 마치 양어장처럼 말이지요. 제 일행은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제가 10여수, 후배가 7수, 형님과 어르신께서 월척을 포함해 15수, 이 정도면 괜찮죠.
옆 조사님은 어젯밤에 오셨다고 하네요. 그런데 살림망에 엄청 붕어를 집합시켜 놓고 계시더라고요. 이곳에 4번 오셨다는데 이젠 양어장 안가신답니다. 진위천만한 곳이 없답니다. 일행이 계셨는데, 이분은 대낚이 안된다고 자꾸 가자고 조릅니다. 그런데 살림망 가득한 조사님은 가실 생각을 안하시는군요.
물색도 맑고요, 수심도 좋고, 붕어들이 무궁무진한데다 씨알도 훌륭한 진위천, 두가지 흠이라면 승용차로 진입하기에 애를 먹어야 하고, 여기저기 널부러진 쓰레기더미, 버려진 양심.
이 두가지만 해결된다면 어디다 내놓아도 손색없을 곳이라 여겨집니다. 여름 장마비오고 하천이 뒤짚어지고 나면 진위천 어느곳이든 포인트랍니다. 살림망 3개를 채웠다고 하네요.
고운 이들과 즐거운 낚시여행, 한마디로 굿입니다. 게다가 재배한 포도로 빚은 때깔좋은 포도주와 유정란 꾸러미 선물까지도 안겨주시는 형님의 푸근한 심성까지도 만끽하고 왔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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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26 21:23: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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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